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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한옥에서 자연과 여유를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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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 간직한 250년 세월이 손녀의 손길에 반짝이며 되살아난다. 농부가 되어 소박한 삶을 나누고자 고향으로 돌아온 송지혜 씨의 이야기.




 

스위스, 프랑스, 멕시코, 태국, 베트남 등 10년 가까이 세계 각국의 호텔에서 일했다. 4년여 전, 한국으로 돌아와 호텔리어의 삶을 이어나가면서도 송지혜 씨는 늘 새로운 꿈을 꿨다. 2개 국어로 행사를 진행하는 국제 MC를 준비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집안 대대로 내려온 고택을 고쳐 농업회사법인 ‘르꼬따쥬(Le Cottage)’를 만든 것도 누군가에겐 그저 무모한 도전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에겐 설렘이었고, 삶의 또 다른 발견이었다.

“지난봄, 새로운 일 몇 가지를 한꺼번에 시작하게 됐어요. 국제 MC로서는 콘퍼런스나 방송 제작 발표회 등을 진행하고, 르꼬따쥬 대표로서는 250년 넘은 이 한옥과 자연 속에서 소박한 삶의 방식을 공유해요. 극명하게 다른 두 개의 삶을 오가며 살고 있죠. 그래서 요즘 사는 재미는 있어요(웃음).”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두면 주변 풍경이 안으로 한가득 담긴다. 현관문과 폴딩도어는 모두 직접 디자인을 구상해 원목으로 제작한 것. 조명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고르고 신경 썼다. 안쪽 공간에 어릴 때 치던 피아노를 가져다 두고, 화분과 아버지의 LP판을 올려 장식했다.가족이 함께 차린 농업회사 르꼬따쥬를 이끄는 송지혜 대표(오른쪽)와 동생 송은혜 이사(왼쪽)

 

‘ㄱ’자 구조의 한옥 본채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살고 계신 집으로, 아직 옛 모습 그대로다. 르꼬따쥬를 꾸린 곳은 마구간으로 쓰였다던 별채. 뒷마당으로 확장한 건물까지 합쳐야 11평 남짓 되는 작은 공간이다. 맏딸인 지혜 씨를 필두로 결혼한 두 동생 내외까지 다섯 식구가 모여 법인회사를 설립하고,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푹푹 찌는 더위를 이겨내며 직접 발품을 팔아 직영으로 공사했다. 기둥 하나하나, 격자무늬 원목 창문까지 손수 다듬었고, 정원에 잔디를 깔고 꽃을 심고 수돗가와 모래놀이터, 모닥불 화로도 만들었다. 가끔 힘에 부칠 때면, 감히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유산을 운 좋게 누린단 생각을 하며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았다. 바로 옆 대지에는 목조주택 골조가 한창 올라가고 있었는데, 완공되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혜 씨가 들어가 살면서 본채도 조금씩 손볼 계획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옛 구조를 살린 공간과 빈티지 가구, 소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나지막한 테이블은 할머니의 떡판으로 만든 것이다. 오후 3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시간. 스페인에서 건너온 빈티지 램프는 그녀가 아끼는 물건 중 하나.

 

정성스럽게 매만진 르꼬따쥬에는 가족의 역사가 곳곳에 자리 잡았다. 시집온 지 60년이 넘으신 할머니의 떡판은 티테이블이 되었고, 그 역사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맷돌은 화분 받침이 되어 정겹게 자리한다. 아버지와 외삼촌이 수집한 LP판들도 선반 위 멋스럽게 진열해 그 시절 감성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었다.

“라이프스타일 팜(Lifestyle Farm)이라고 하면, 도대체 뭐 하는 곳이냐고들 물어보세요. 사실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운 공간이죠. 아이들이 씨앗을 심어 열매가 달리기까지 모든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 농장이기도 하고, 화분과 식물, 다양한 리빙 아이템을 판매하는 편집숍이자 각종 모임이 열리는 문화 살롱이기도 하니까요.”


선반에 진열된 각종 소품과 화분, 음반들르꼬따쥬를 지키는 ‘꼬따(Cotta)’와 지혜 씨. 유기견 센터로 보내질 뻔한 꼬따는 지난여름,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 안에서의 콘텐츠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지혜 씨. 10월 말 르꼬따쥬를 임시 오픈하고 가든마켓과 플라워 클래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참이다. 정식 오픈은 돌아오는 봄에 할 예정. 날씨가 따뜻해지면 정원도 더 풍성하게 가꾸고, 주변 부지에 본격적으로 농장을 조성하려고 한다. 온실도 지어 직접 키운 식물을 판매하고, 마당에는 선베드와 테이블 등을 놓아 차나 샴페인을 즐길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작은 결혼식이나 파티 공간 등 더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을 누리고 쉼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하고 싶다.

 

뒷마당에서 바라본 외관. 한쪽 벽에 각종 정원용품과 오래된 나무문을 기대어 두었다.  /  손님을 반기는 입간판의 작은 화분과 수도꼭지 디테일이 앙증맞다. 자매는 어릴 적 기억이 담긴 할머니 집 마당에서 자연과 여유를 마음껏 누린다.

 

볕 좋은 가을날, 지혜 씨는 장독에 포도주를 담갔다. 이런 아날로그적인 일상이 너무 좋다며, 맨손으로 벌레를 잡아 문밖에 놓아주는 털털한 그녀. 오늘도 이 오래된 한옥에는 손녀의 맑은 음성이 잔잔히 흩어지고, 찬바람과 함께 포도주도 시간도 향긋하게 익어간다. 따뜻한 이들의 소중한 순간이 하나둘 더해지길 기다리면서.

 


취재협조_ 르꼬따쥬  |  강원도 강릉시 한밭골길 50-11,  인스타그램 : lecottage_lifestylefarm

취재_ 조고은   |  사진_ 홍덕선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38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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