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줘도 사는 사람 없어"…경북 미분양 주택 8천가구 넘어

구예은 0 2,397
경기 악화→미분양·입주물량 증가→아파트값 하락 '악순환'

경북도청 신도시 전경
경북도청 신도시 전경

 

(포항·구미·예천=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이 일대 아파트 일부는 분양가보다 낮게 매매가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오랫동안 팔리지 않는 아파트가 좀 있습니다."

경북 예천군 호명면 경북도청 신도시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이같이 털어놓았다.

도청 신도시 일대 아파트는 프리미엄이 붙은 것도 있으나 저층인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분양가인 2억4천여만원보다 700만∼8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입주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오랫동안 빈집으로 놔두기보다는 손해를 보고서라도 팔기 위해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는 사람이 별로 없고 입주 문의도 드문 편이라고 공인중개사는 말했다.

4일 경북도에 따르면 도청이 2016년 2월 대구에서 이전한 뒤 안동과 예천 접경지에 형성한 도청 신도시에는 아파트 8개 단지 5천657가구가 들어섰고 3개 단지 2천961가구가 공사 중이다.

아파트 11개 단지 분양률은 84.8%, 현재 완공한 단지 입주율은 77.2%다.

이런 상황에서 도가 2022년까지 주거지, 교육시설을 포함한 2단계 사업을 추진하기로 해 주택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청 신도시뿐만 아니라 포항, 구미도 이처럼 미분양 아파트와 입주물량이 늘어 가격이 하락하는 사례가 많다.

구미에는 구미국가산업4단지와 확장단지 쪽에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는 바람에 일부 아파트가 분양가 이하에 거래된다.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층수나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분양한 한 아파트는 분양가에서 마이너스 1천만원 또는 마이너스 500만원 등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포항은 지난해 11월 지진이 나고 아파트 거래가 뚝 끊겼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내렸다.

북구 한 아파트는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지진 전에만 해도 2억원이던 가격이 현재 1억5천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북구 또 다른 아파트는 전용면적 84㎡(1∼10층) 기준으로 몇 달 사이 2억7천200만원에서 1천300만원 하락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북 도내 미분양 주택은 2015년 12월 3천802가구, 2016년 12월 6천716가구, 2017년 12월 7천630가구로 늘다가 올해 2월 기준으로 8천237가구로 증가했다.

준공한 미분양 주택도 급증했다.

도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014년 2월 392가구, 2015년 2월 249가구, 2016년 2월 234가구, 2017년 2월 413가구로 500가구를 밑돌다가 지난 2월 기준으로 1천624가구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반기에 경산, 경주, 상주, 안동, 문경 등에도 2천300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도내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늘고 입주물량이 겹쳐 집값이 내려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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