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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창극에 도전하는 연출가 김태형 "소리로 시공간 표현"

차두리 0 2,249
국립창극단 신작 '우주소리'

국립창극단 '우주소리'
국립창극단 '우주소리'[국립극장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연극·뮤지컬계 스타 연출가로 손꼽히는 김태형 연출이 처음으로 창극에 도전한다.

국립창극단이 오는 21~2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우주소리'가 그의 창극 데뷔작이다. 전례 없는 '공상과학(SF) 창극'이란 장르를 개척한다.

SF문학의 거장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단편선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The Only Neat Thing to Do)'을 원작으로 한다.

부모로부터 생일선물로 우주선을 받아 광활한 우주로 떠난 소녀가 외계 생명체에 감염돼 뇌를 침투당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뇌에 자리 잡은 외계 생명체와 아름다운 우정을 키워 자신이 '할 만한 멋진 일'을 선택한다는 경쾌한 우주 탐험기이다.

과학고와 카이스트를 거쳐 연극을 전공한 김 연출이 SF 창극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낼지가 관심사다.

김태형 연출
김태형 연출[연합뉴스 DB]

 

김 연출은 "뮤지컬과 같은 상업 공연에서 SF를 연출하려면 세트나 소품 등에 많은 제작비가 투입돼야 한다"며 "그러나 창극에서는 소리로 시공간을 표현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소리 특유의 표현력을 통해 우주 세계를 구현해낼 예정이다.

그는 "판소리는 한 사람이 수많은 공간과 사연을 풀어내는 게 가능한 세련된 장르"라며 "어차피 '수궁가'나 '심청가'에 나오는 용궁이나 '흥보가'에서 박 깨고 나오는 도깨비가 은하계를 다루는 SF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각적인 부분의 재현보다는 우리 소리를 통해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범주를 넓히겠다"고 연출 방향을 소개했다.

그는 틀을 깨고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만드는 데 발군의 재능을 발휘해왔다.

작년에는 관객이 선택한 주인공, 상황, 제목, 노래들로 구성하는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극장 전체를 공연장으로 만들고 관객이 역할수행 놀이(RPG·Role-Playing Game) 형식을 즐기도록 한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를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 말괄량이지만 능동적인 소녀 '코아티' 역에는 조유아가, 소녀의 뇌를 침투하지만 소녀를 끝까지 지키려는 외계 생명체 '실료빈' 역에는 장서윤이 캐스팅됐다. 극의 해설자이자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소리꾼으로 유태평양·최용석·한금채·최광균이 출연한다.

출연 배우들이 직접 작창(소리를 만드는 것)을 맡아 연습 과정부터 제작진과 공동 창작에 나서는 점도 특이점이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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